[터키 · 이스탄불 4] 스파이스 바자르에서 향신료를 흥정했다, 모스크 구경은 거절하고

이스탄불 여행기 · 4편
모스크에 들어가 보라는
말을 거절했다.
그 시간에 장을
보는 게 좋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시장 구경을 제일 좋아했다.

박물관은 지나치고 미술관도 넘겼지만 시장은 도시마다 들어갔다. 이 도시에서는 그게 두 군데였다.

그랜드 바자르는 천장이 먼저 보인다

그랜드 바자르 벽돌 아치 천장과 매달린 시계, 금세공 간판이 보인다
천장에 매달린 시계. 아래 간판이 금세공이다.

*기념품 노점 사이로 이어지는 골목*

들어가자마자 위를 봤다. 벽돌 아치가 이어지고 그 아래로 골목이 뻗어 있었다.

천장에 시계가 하나 매달려 있었다.

그 아래 간판에 쿠윰줄루크(kuyumculuk)라고 적혀 있었는데 금세공을 뜻한다.

붉은 차양이 늘어선 좁은 골목에 기념품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이 시장은 오백 년이 넘은 실내 시장이다. 통로가 얽혀 있어서 들어가면 방향 감각이 사라진다.

러시아에서 온 할머니를 따라갔다

철골 천장이 낮게 덮인 스파이스 바자르 통로와 양쪽 가게들
철골 천장이 낮게 덮여 있다.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 중에 러시아에서 온 할머니가 있었다. 그분이 장을 보러 간다고 했다.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스파이스 바자르였다.

철골 천장이 낮게 덮인 실내 시장이고, 양쪽 가게에 향신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때 메모에는 이걸 양념 시장이라고 적어놨다.

색이 강했다. 붉고 노란 가루가 무더기로 쌓여 있고 그 위에 가격표가 꽂혀 있었다.

더운 날이었고 사람이 많았다. 그 조합이 두바이를 떠올리게 했다. 몇 주 전에 지나온 도시였다.

모스크에 들어가 보라는 걸 거절했다

이 시장 바로 옆에 큰 모스크가 있다. 신 모스크라고 부르는 곳이다.

할머니가 들어가 보라고 권했다. 여행 중이니 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거절했다. 그때 기록에 이유를 이렇게 적어뒀다. 배가 불러서 여행도 점점 막 하는 것 같다고.

며칠 전에 블루모스크에 들어갔다.

맨발로 카펫을 밟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걸 또 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걸 하고 싶었다.

모스크 한쪽에는 발을 씻는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그것만 보고 지나갔다.

무슬림에 대해 더 알아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내 관심사는 쉬는 것이었다.

여행 두 달째가 되면 이렇게 된다. 봐야 할 것을 눈앞에 두고도 안 보고 지나간다.

향신료 값을 흥정해봤다

대신 한 것은 장보기였다. 할머니 옆에서 가격을 묻고 값을 깎아봤다.

터키 딜라이트도 봤다. 젤리처럼 생긴 것을 잘라 파는데 종류가 스무 가지쯤 됐다.

향신료는 무게로 판다. 봉지에 담아 저울에 올리고 값을 부르면 거기서 깎는다.

깎아지긴 했는데 얼마를 아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날 적어둔 문장이 이렇다. 그냥 러시아 할머니와 장 보는 게 좋았다고.

유리창 밖에서 반죽 미는 걸 봤다

식당 유리창 안에서 둥근 나무판에 반죽을 미는 모습, 얼굴은 가려져 있다
유리창 밖에서 봤다.

시장을 나와 걷다가 식당 유리창 앞에 섰다. 안에서 한 사람이 반죽을 밀고 있었다.

전통 음식을 만드는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둥근 나무판 위에서 밀대를 굴리고 있었다.

보여주기 위한 자리 같았다. 그때 메모에는 김밥천국에서 김밥 마는 아주머니를 찍은 격이라고 써뒀다.

그래도 찍었다. 관광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장면이 그 도시의 한 컷이 된다.

오 리라짜리 케밥집

회전하는 되네르 고기 기둥 두 개와 아래 썰어놓은 고기
기둥이 두 개 돌아간다.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케밥집을 알려줬다. 오 리라짜리라고 했다.

이천 원쯤이었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값이 더 내려간다.

가게 앞에 고기 기둥이 두 개 돌아가고 있었다. 하나는 닭이고 하나는 소나 양이었다.

직원이 기둥에 붙어 칼을 대면 고기가 얇게 떨어졌다. 그걸 빵에 채우고 토마토와 채소를 얹었다.

직원이 고기 기둥에 칼을 대어 얇게 썰어내는 모습
칼을 대면 얇게 떨어진다.

빵 하나가 손바닥보다 컸다. 이천 원에 이 크기가 나오는 게 이 도시의 물가였다.

종이에 싸인 케밥 빵, 안에 고기와 채소가 채워져 있다
손바닥보다 컸다.

이 여행에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세어보면 케밥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피자였다.

접시에 담긴 케밥 빵과 그 옆에 놓인 바나나
이날 저녁상.

주스도 한 팩 샀다. 그때 적어둔 계산으로는 반 리라가 이백 원이었다.

케밥 빵과 종이팩 주스, 붉은 음료가 담긴 컵
주스 한 팩이 반 리라였다.

고양이가 틈으로 올라와 한입씩 먹었다

돌 틈에서 올라온 주황 얼룩 고양이가 바닥의 음식을 먹고 있다
틈으로 올라와 한입씩 먹고 내려갔다.

먹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뭐가 움직였다. 돌 틈으로 고양이가 올라왔다.

주황 얼룩 고양이였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한입씩 먹고 다시 틈으로 내려갔다.

이 도시에서 고양이를 계속 봤다. 계단에도 있고 담 위에도 있고 가게 안에도 있었다.

사람이 쫓지 않는다. 그때 메모에 터키는 고양이 천국이라고 적어놨다.

그랜드 바자르
Kapalıçarşı (Grand Bazaar)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연다
영업
월~토 09:00-19:00 · 일요일 휴무 · 이슬람 명절에도 닫는다
가격
입장 무료
주소
Beyazıt, Kalpakçılar Cd. No:22, 34126 Fatih/İstanbul, Türkiye
오백 년이 넘은 실내 시장이다. 통로가 얽혀 있어 방향을 잃기 쉽다. T1 트램 베야즛(Beyazıt) 역에서 내리면 바로다. 금세공 골목, 카펫 골목처럼 업종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스파이스 바자르
Mısır Çarşısı (Spice Bazaar / Egyptian Bazaar)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연다
영업
매일 09:00-19:00 · 일요일에도 연다
가격
입장 무료
주소
Rüstem Paşa, Erzak Ambarı Sk. No:92, 34116 Fatih/İstanbul, Türkiye
에미뇌뉘 신 모스크 옆에 붙어 있다. 향신료와 터키 딜라이트, 견과류를 주로 판다. 무게로 팔기 때문에 값을 깎을 여지가 있다. 그랜드 바자르와 달리 일요일에도 열어서 일정이 꼬였을 때 대안이 된다

*사람에 밀려 걸었다*

두 시장에 가려면

같은 날 둘을 묶어 도는 사람이 많다. 걸어서 이십 분쯤 떨어져 있다.

  • 그랜드 바자르 — 월~토 09:00~19:00, 일요일 휴무. T1 트램 베야즛 역
  • 스파이스 바자르 — 매일 09:00~19:00. 에미뇌뉘 쪽이고 신 모스크와 붙어 있다
  • 길찾기 — 이 도시 골목은 얽혀 있어서 지도를 봐도 헷갈린다. 트램 선로를 따라 걸으면 대체로 길이 풀린다
  • 흥정 — 향신료처럼 무게로 파는 것은 값을 부르고 나서 깎는다

근처에 톱카프 궁전이 있다.

화요일만 쉬고 나머지 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마지막 입장 5시) 문을 연다.

입장료가 붙는데 금액이 자주 바뀌니 톱카프 궁전 공식 안내에 그날 값이 올라온다.

하렘 구역이 표에 포함되는지도 거기서 확인한다.

나는 궁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날 지갑은 시장에서 열었다.

일주일 잡았다가 사흘 있었다

이 도시를 일주일 쉬려고 잡았다. 결과적으로는 사흘 있었다.

그 사흘 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것이 남의 장보기를 따라간 반나절이다.

유명한 모스크는 바로 옆에 있었는데 안 들어갔다.

여행 초반이었다면 반대로 했다. 모스크에 들어가고 시장은 지나쳤다.

두 달을 걷고 나면 뭘 볼지보다 뭘 안 볼지를 먼저 고르게 된다.

그날 적어둔 마지막 문장이 이랬다.

조금은 게으르고 싶은 하루가 저물었다고.

아무 계획 없이 호스텔에 있었는데 거기서 한 사람을 만났다.

이스탄불 · 7편 중 4편
#스파이스바자르 #그랜드바자르 #이스탄불 #이스탄불여행 #이스탄불자유여행 #이스탄불시장 #이스탄불맛집 #케밥 #되네르 #향신료 #터키딜라이트 #터키 #터키여행 #터키자유여행 #터키배낭여행 #터키음식 #고양이 #에미뇌뉘 #톱카프궁전 #재래시장 #유럽여행 #유럽배낭여행 #아시아여행 #세계일주 #배낭여행 #90일세계일주 #퇴사여행 #혼자여행 #여행기 #여행정보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중국 · 홍콩 3] 피크트램 줄 얼마나 길까, 한 시간 서보고 내린 결론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3]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말레이시아에서 낯선 사람 차 타고 따라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