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홍콩 7] 새 시장에 갔다가 내가 새를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鳥(새)
花(꽃)
金魚(금붕어)
3개의 시장을 걸어다녔다.
새를 싫어한다는 걸
알게되는 여행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밤 비행기라 하루가 통째로 남아 있었다.
향 연기부터 만났다

웡타이신 사원으로 갔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였다.
정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연기 냄새가 났다. 앞마당에 향을 꽂는 자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계속 새 향을 꽂았다.
한여름 낮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더운데 앞에서 불이 타고 있으니 보고만 있어도 더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향을 든 채 오래 서서 절을 했다. 더위보다 급한 게 있는 얼굴들이었다.

안쪽에 청동 용이 있는데 발바닥만 색이 달랐다.
만지면 뭔가 이뤄진다고 해서 다들 거기만 만진다고 했다. 손때가 쌓여서 그 부분만 금색으로 반질거렸다.
나도 만졌다. 뭘 빌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는 쪽이었을 것이다.

그 옆에 십이지 동물상이 늘어서 있었다.
자기 띠에 해당하는 걸 찾아서 만지면 된다고 했다. 규칙이 단순해서 좋았다.
찾는 재미가 있어서 한 바퀴 돌며 다 구경하고 나왔다.
에스컬레이터가 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옥외 에스컬레이터를 보러 갔다.
가서야 알았는데 이게 시간대에 따라 방향이 바뀐다. 출근 시간에는 산 위에서 도심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만 흐른다.
올라가 보려고 간 건데 사람들이 전부 반대로 내려오고 있었다.
길다고 해서 한 번에 쭉 이어진 걸 상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중간중간 끊겨서 짧은 구간이 계단으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대형마트 2층에서 지하 2층까지 타고 내려가는 정도다. 세계 최장이라는 이름값을 기대하면 심심하다.
금붕어를 봉지째 걸어 파는 거리

금붕어 시장은 사진으로 보던 그대로였다.
가게 벽에 물 담은 비닐봉지가 빼곡히 걸려 있고, 봉지마다 물고기가 몇 마리씩 들어 있었다.
한 벽이 통째로 봉지다. 색깔별로 걸어놔서 멀리서 보면 벽지처럼 보인다.
사고 싶어도 못 산다. 살아 있는 물고기는 국내로 들여올 수 없다. 어차피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참이라 데려갈 데도 없었다.
꽃시장은 그냥 꽃시장이었다

금붕어 시장에서 조금 걸으면 꽃시장이다.
이건 솔직히 별거 없었다. 우리 동네 화훼거리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화분은 다 늘어져 있고 상인들도 그늘에 앉아 있었다.
사진도 몇 장 안 찍고 지나갔다. 여행지에서 이런 곳도 있어야 나머지가 특별해진다.
새 공원에서 알게 된 것

그다음이 새 공원이었다. 새를 데리고 나와 자랑하고 거래하는 곳이라고 했다.
입구는 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라 조용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소리가 달라졌다.

새장이 줄줄이 걸려 있고 그 안에 한 마리씩 들어 있었다.
전부 동시에 울었다. 소리가 겹치니까 하나하나가 안 들리고 그냥 소음이 됐다.
한참을 서 있다가 내가 이걸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새가 싫은 게 아니라 새장 안에 새가 있는 게 싫었다.
여행 사흘째에 알게 된 나에 대한 정보치고는 쓸데없다. 그런데 이런 게 하나씩 쌓이는 게 혼자 다니는 재미이기도 했다.
오래 못 있고 나왔다.
마지막 끼니는 공항에서

시장을 다 돌고 공항으로 갔다. 밤 비행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밥부터 먹었다.
뜨거운 돌솥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소고기와 옥수수, 파를 올려 준다. 자리에 놓일 때까지 계속 지글거렸다.
후추가 꽤 세게 들어가 있었다. 옆에 소스를 따로 주는데 그걸 붓고 비비라는 뜻이었다.

비벼서 바닥에 눌러가며 구우니까 아래쪽이 살짝 눌었다.
먹다가 웃었다. 노량진 컵밥 맛이 났다. 공항 식당에서 낯선 음식을 시켰는데 결론이 컵밥이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다기보다 그냥 맛이 그랬다.
홍콩 시장 세 곳 묶어 도는 법
| 항목 | 내용 |
|---|---|
| 동선 | 웡타이신 → 금붕어시장 → 꽃시장 → 새 공원 |
| 소요 | 반나절 (사원 1시간 + 시장 2시간) |
| 교통 | MTR 웡타이신역 → 프린스에드워드역 |
| 입장료 | 전부 없음 |
| 추천 시간대 | 오전 (오후엔 상인들이 그늘로 들어간다) |
금붕어·꽃·새 시장은 걸어서 이어진다. 프린스에드워드역을 기준으로 세 곳이 도보권에 몰려 있다.
따로따로 찾아가면 손해다. 한 번에 묶어 돌면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살 게 없어도 볼 것은 있다. 물고기는 반출이 안 되고 꽃은 들고 다닐 수 없다.
그래도 파는 방식 자체가 낯설어서 구경거리가 된다. 손님 대부분이 동네 사람이라는 것도 다르다.
오전에 가는 게 낫다. 오후가 되면 더위 탓에 상인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거리가 가라앉는다.
옥외 에스컬레이터도 시간대에 따라 방향이 바뀌니 올라갈 생각이면 오전을 피하는 게 맞다.
다녀와서
첫 도시 홍콩에서 유일하게 느슨했던 날이었다.
앞의 이틀은 몇 시에 어디를 갈지 다 적어두고 그 표대로 움직였는데, 마지막 날은 시장 세 개를 순서 없이 걸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건 이날이다. 새 소리가 싫었다는 것도, 공항 밥이 컵밥 맛이었다는 것도 계획에 없던 것들이다.
이날 밤 비행기로 쿠알라룸푸르에 갔다. 거기서부터 계획표가 완전히 무너진다.
다음 편은 쿠알라룸푸르다. 새벽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야 했는데, 바가지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구조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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