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 런던 4] 다리 위에서는 한 장에 들어왔다
코앞에서 올려다봤다.
그게 다 한 장이었다.

시계탑 앞에서 다리를 건너 강 남쪽으로 갔다. 사우스뱅크라고 부르는 구역이다.
관람차가 가까워졌다

앞 편 끝에서 나무 너머로 보이던 관람차가 점점 커졌다.

가까이 가니 전체가 안 들어왔다. 뒤로 물러나야 한 장에 담긴다.
높이가 백삼십 미터쯤 된다. 관람차라기보다 바퀴 하나를 세워놓은 것에 가깝다. 캡슐이 서른 개 남짓 매달려 있고 한 바퀴 도는 데 삼십 분 걸린다.
안 탔다. 값도 값이고 삼십 분을 그 안에서 쓰는 게 아까웠다. 아홉 시간짜리 하루였다.

아래에 공원이 있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타는 사람보다 밑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다.

옆에 놀이기구가 하나 더 있었다. 위로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기구다.
사람들이 둥글게 서 있었다

산책로를 걷다가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는 걸 봤다. 가운데에서 누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스피커와 장비를 바닥에 놓고 하는 거리 공연이다. 사람들이 삼사십 명쯤 둘러싸고 있었다.
이 강변은 하루 종일 이런 게 이어진다. 조금 걸으면 또 다른 공연이 있고 그 앞에도 사람이 모여 있다.
다리가 여러 개 걸려 있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니 다리가 계속 나왔다. 런던 도심 구간에만 다리가 여러 개 걸려 있다.
철교 옆에 보행자 전용 통로가 따로 붙어 있는 다리도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옆으로 사람이 걷는 구조다.

길 한복판에 비닐 커튼이 늘어져 있었다. 파랑과 빨강으로 색을 나눠 걸어놨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지나다녔다.
설치미술이다. 안내판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그냥 통과하면서 색이 바뀌는 걸 보게 된다.

다리 아래로 걸었다.
다리 밑이 스케이트장이었다

건물 아래쪽에 뻥 뚫린 공간이 있었다. 기둥만 서 있고 천장이 낮은 콘크리트 공간인데, 벽과 기둥이 전부 그래피티였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자리다. 원래는 그냥 건물 밑 빈 공간이었는데 사람들이 들어와 타기 시작했고 그게 사십 년 넘게 이어졌다.
리스본에서도 그래피티를 여러 번 봤다. 거기는 언덕 골목 담벼락이었고 여기는 문화시설 아래층이다. 같은 그림이 놓이는 자리가 다르다.
강가에 모래가 깔려 있었다

조금 더 가니 나무 아래에 모래가 깔려 있었다. 아이들이 그 위에서 놀고 부모가 옆에 앉아 있었다.
바다도 아니고 강가인데 모래를 부어놨다. 여름에 임시로 만드는 자리다.

산책로에 동상이 서 있었다. 한쪽 팔을 위로 들고 있다.
벽이 사람보다 훨씬 컸다

건물 한 면이 통째로 붉은색이었다. 그 위에 손가락 하나가 아래를 가리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사람 키의 몇 배다. 그 아래 서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아주 작게 나온다.
전시 홍보물인지 작품인지 그때는 몰랐다. 다만 이 구역에서 제일 눈에 띄는 벽이었다.
극장이 콘크리트였다

강변에 각진 콘크리트 건물이 있었다. 국립극장이다.
장식이 하나도 없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그대로 뒀다. 표면에 나무 거푸집 자국이 남아 있다.
한 시간 전에 본 의사당은 십구 세기에 일부러 옛날처럼 지은 건물이었다. 여기는 반대로 갔다. 새 재료를 새 재료처럼 보이게 뒀다.
이 양식은 호불호가 갈린다. 흉물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 시대 건축의 대표라는 사람도 있다.

옆 갤러리도 같은 재료였다. 이 구역에 콘크리트 문화시설이 여러 채 모여 있다.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콘크리트 사이에 알록달록한 벽화가 하나 있었다. 도시 건물들을 만화처럼 그려놓은 것인데 색을 아주 많이 썼다.
시계탑도 있고 둥근 지붕도 있고 물방울 같은 모양도 있다. 어느 도시인지 특정하기 어렵게 섞여 있다.

색이 많아서 사진이 잘 나왔다. 회색 건물 사이에 있어서 더 그랬다.
다리 위에서는 한 장에 들어왔다

다리 중간에서 멈췄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였다.
거기서 뒤를 돌아보니 한 시간 전에 본 것들이 전부 한 화면에 있었다.

강이 넓어서 양쪽이 다 보였다. 왼쪽에 관람차, 가운데에 다리, 오른쪽 멀리 시계탑과 의사당.
앞 편에서 나는 그 시계탑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며 열몇 장을 찍었다. 그때는 탑밖에 안 보였다.
다리 위에서는 그게 강변 건물들 중 하나로 보인다. 크기도 적당하고 옆에 뭐가 있는지도 보인다.
가까이 가면 그것만 보이고 멀어지면 관계가 보인다. 그날 오후에 그걸 두 번 다 했다.
사우스뱅크
지하철로 오면 워털루역이 가깝다. 웨스트민스터 쪽에서 다리를 건너 걸어오는 편이 풍경이 낫다.
돈을 안 쓰고 오래 있을 수 있는 구간이다. 공연은 무료이고 스케이트파크와 산책로도 그렇다.
해 질 무렵에 강 건너 의사당 쪽을 보면 사진이 제일 잘 나온다.
런던아이
안 타도 아래에서 보는 것만으로 규모는 느껴진다. 시간이 빠듯하면 건너뛰어도 된다.
타려면 예매하는 게 낫다. 현장 대기줄이 길고 값도 더 비싸다.
전부 밖에서만 봤다
이날 걸으면서 계속 안 들어갔다. 궁전도 사원도 관람차도 밖에서 봤다.
대신 강변을 오래 걸었다. 그리고 그 구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거리공연을 둘러싼 사람들, 다리 밑에서 보드 타는 사람들, 모래 위에 앉은 가족들. 이건 표를 사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 있는 것이었다.
다리 위에서 뒤돌아본 풍경이 그날의 중간 정산 같았다. 아침부터 걸어온 것들이 한 화면에 들어와 있었고, 시계는 아직 절반쯤 남아 있었다.
다리를 하나 더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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