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포리 7] 포리에서 에스포까지 버스 두 번, 하루에 두 집을 건넜다
가장 오래된 친구 집으로 갔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탔다.
핀란드에서 하루에 집을 두 번 옮겼다.
아침까지는 사흘 전에 처음 만난 사람의 부엌에 있었고, 저녁에는 초등학교 때 같은 동네에서 뛰어놀던 친구의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낮 열두 시에 포리를 떠났다

마지막 점심은 오븐에서 나왔다.
돼지고기 덩어리를 감자와 당근과 함께 넣고 구운 것이었는데, 육즙에 달여진 당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걸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하나 얻어먹고 나서 배낭을 멨다.
낮 열두 시가 조금 넘어 포리 시내를 지났다.
사흘 전에 이 길을 배낭 메고 헤매면서 집을 찾았는데, 떠날 때는 같은 길이 그냥 조용한 동네로 보였다.
캄피에서 갈아탔다

포리에서 헬싱키까지 다시 세 시간 남짓. 내린 곳은 캄피였다.
이 건물 간판을 보면 이 도시 교통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메트로아세마(Metroasema)는 지하철역, 카우파케스쿠스(Kauppakeskus)는 쇼핑센터다.
린야아우토아세마(Linja-autoasema)는 버스터미널이다.
세 개가 같은 건물에 겹쳐 있다.
장거리 버스로 도착해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사람이 밖으로 나올 일이 없다.

안으로 들어가면 층이 둥글게 이어진다.
가운데를 비워둬서 위층 난간에 서면 아래층 상점이 다 보인다.
배낭을 멘 채로 한참 구경했다.
5유로짜리 종이 한 장

헬싱키에서 에스포로 넘어가려면 시내 요금으로는 안 된다. 도시가 달라지니 광역권 표를 끊어야 한다.
버스에서 받은 종이에 인쇄된 내용이 이렇다.
케르탈리푸(Kertalippu)는 단회권, 그 아래 세우투(SEUTU)와 레기온(REGION)이 광역권을 뜻한다.
성인 요금 5.00유로. 그리고 발권 시각과 유효 만료 시각이 나란히 찍혀 있는데, 그 간격이 80분이었다.
그 시간 안에는 버스든 지하철이든 트램이든 갈아타도 추가 요금이 없다.
지금은 알파벳으로 구역을 나눈다.
헬싱키 시내만 다니면 AB, 에스포까지 넘어가면 ABC를 끊는다.
HSL 요금 안내에 구역 지도가 올라와 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한 장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다 갈아탄다"는 방식은 그대로다.
이 종이 한 장이 나중에 뜻밖의 쓸모가 생겼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날 시각이 하나같이 안 맞았는데, 카메라 시계를 한국 시간에 맞춰둔 채로 유럽을 돌았던 게 원인이었다.
그걸 잡아낸 근거가 이 표에 인쇄된 발권 시각이었다.
여행 사진에 찍힌 시간이 의심스러우면 그날 받은 영수증을 찾아보면 된다.
바다를 옆에 두고 서쪽으로

버스가 서쪽으로 나가면서 도로 옆이 바로 바다가 됐다.
그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붙어 있고,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도시 사이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에스포는 헬싱키 바로 옆에 붙은 도시다.
행정구역만 다르고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어서, 버스로 넘어가는 동안 도시가 바뀐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안양에서 같이 놀던 친구가 문을 열었다

주소만 들고 대충 찾아갔다.
근처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잡으려고 휴대폰을 꺼내던 참에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저녁 여섯 시쯤이었다.
안양에서 같이 살던 친구다.
초등학교 때 같은 동네에서 뛰어놀던 사이인데, 박사과정을 하러 온 것이 그대로 정착으로 이어져 여기서 살고 있었다.
아내도 한국 사람이고, 아이가 둘이었다.
서로 얼굴을 본 게 다섯 해 만이었다.
그렇게 오래 못 보다가 다시 만나는 자리가 서울도 고향도 아니고 핀란드라는 게 계속 이상했다.
그 사이에 친구는 아버지가 돼 있었다.

멜론에 생햄을 감아 냈다. 통째로 사와서 그 자리에서 썰어 접시에 둘러놓았다. 맥주도 한 잔 따라줬다.

그 식탁 앞에 앉아서야 긴장이 풀렸다.
앞의 사흘은 말이 절반만 통하는 집이었다.
손짓과 발짓으로 대화하고, 실례가 아닐지 계속 신경 쓰면서 지냈다.
여기서는 그냥 한국말로 떠들면 됐다.
저녁은 한식이었다

같은 날 아침에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와 당근을 먹었고, 저녁에는 감자와 두부를 넣고 조린 것을 먹었다.
국물이 있는 밥상을 사흘 만에 앞에 두니 그것만으로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여행 두 달째였다.
그때까지 밥을 사 먹거나 호스텔 주방에서 대충 해 먹거나 남이 차려준 현지식을 먹었는데, 익숙한 간이 나는 밥은 오래 못 먹었다.
기타가 놓여 있었다

여덟 시가 넘어서야 어두워졌다. 스탠드를 하나 켜니 방이 갑자기 저녁 같아졌다.

집에 통기타가 있어서 창가에 앉아 몇 곡 쳤다.
창밖은 여전히 자작나무였다.
헬싱키에서 포리로 갈 때 세 시간 동안 본 그 나무들이 이 창밖에도 서 있었다.
포리에서 에스포 가는 실전 정보
포리에서 헬싱키는 장거리 버스로 세 시간 안팎이다.
저가 노선을 미리 끊으면 10유로 안쪽으로도 간다.
도착지는 캄피이고, 여기서 헬싱키 시내는 물론 에스포·반타 방향 버스와 지하철로 바로 갈아탄다.
헬싱키에서 에스포로 넘어갈 때는 시내권 표로는 안 된다.
지금 기준으로 ABC 구역 표를 끊는다.
한 장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버스·지하철·트램을 다 갈아탈 수 있으니, 짐이 있으면 지하철로 가서 버스로 환승하는 편이 편하다.
에스포는 헬싱키에서 30분 안쪽이라 숙소를 여기 잡고 헬싱키를 오가는 것도 방법이다.
시내보다 조용하고 값이 싸다.
하루 안에 두 집을 건넜다
하루 안에 두 집을 건넜다.
아침에는 사흘 전에 처음 본 사람의 부엌에서 오븐 요리를 먹고, 저녁에는 삼십 년 가까이 알던 친구의 식탁에서 조림을 먹었다.
둘 다 남의 집인데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낯선 사람 집에 머무는 건 계속 긴장을 쓰는 일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그 긴장이 있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고, 그게 풀리는 순간에야 그동안 뭘 신경 쓰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다음은 유모차를 밀고 걸어간 숲길과 습지 전망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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