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포리 3] 위테리 해변은 한참 걸어 들어가도 무릎까지 안 왔다

포리 여행기 · 3편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바다가 너무 넓었다.
한참 걸어 들어가도
물이 무릎까지 안 왔다.

핀란드 서해안에 모래언덕이 6킬로미터 이어지는 해변이 있다.

전날 밤 식탁에서 마르자 할머니가 포스트잇에 세 줄을 적어주셨다. 첫 줄이 이 해변이었다.

출발 전에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 콘, 위에 말린 딸기가 올려져 있다
말린 딸기를 올려주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차에 오르기 전, 마르자 할머니가 동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셨다.

콘 위에 말린 딸기를 흩뿌려 올려주는 방식이었는데, 그때까지 본 적이 없는 조합이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사람은 대체로 좋은 사람이다.

키 큰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흙길
차를 세우고 숲으로 들어갔다

마르자 할머니가 차를 세우시고 숲으로 들어갔다.

키가 유독 큰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모래언덕을 넘으니 해변이 나왔다

숲이 끝나는 자리에 모래가 쌓여 언덕을 이루고 있다
표지판 오른쪽이 지름길이었다

표지판 오른쪽이 지름길이었다. 그 길로 들어서니 숲이 갑자기 끊기고 모래가 쌓여 있었다.

위테리 해변의 넓은 모래사장과 얕은 바다가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진다
이 사진에 실제 해변의 3분의 1도 안 담겼다

여기가 위테리(Yyteri)다.

포리 시내에서 서쪽으로 차로 20분 남짓 나오면 닿는다.

모래언덕이 6킬로미터쯤 이어지는 북유럽에서 손꼽히는 사구 해변인데, 보트니아만 쪽이라 파도가 거의 없다.

위테리 해변
Yyteri · Yyterin hiekat
지금도 개방 · 서핑 스쿨과 스파 호텔이 들어섰다
가격
무료
주소
포리 시내에서 서쪽으로 차 20분
모래언덕이 6km 이어진다. 보트니아만이라 파도가 거의 없고, 한참 걸어 들어가도 무릎까지 안 온다. 모래언덕 구간은 발이 푹푹 빠져 걷는 데 힘이 배로 든다

지금은 Visit Pori의 위테리 안내에 서핑 스쿨과 스파 호텔까지 올라와 있다.

사진으로는 넓이가 전달되지 않는다.

보통 해변을 찍을 때는 최대한 넓어 보이게 앵글을 잡는데, 이 사진은 실제의 3분의 1도 못 담았다.

바람이 실어온 모래가 언덕이 됐다

풀이 듬성듬성 자란 모래언덕이 이어진다
풀이 모래를 붙들어 언덕이 된다

바닷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수북히 쌓여서 언덕이 됐다. 듬성듬성 자란 풀이 그 모래를 붙들어 무너지지 않게 한다.

모래언덕 능선을 걸어 오르는 사람
한 발짝씩 푹푹 파였다

한 발짝씩 푹푹 파였다. 언덕이라기엔 낮은데 걷는 데 힘이 배로 들었다.

한참 걸어 들어가도 무릎까지 안 왔다

아주 얕은 물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 사람이 혼자 서 있다
이 위치가 물속이다. 발목이 잠기는 정도였다

이 해변에서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넓이보다 깊이였다.

물가에서 몇십 미터를 걸어 들어갔는데도 물이 발목에서 정강이 사이였다.

사진에서 혼자 서 있는 자리도 이미 물속이다.

*물이 얕아 한참 걸어 들어갔다*

물이 얕으니 물살도 없다. 파도라고 부를 만한 것이 발등에서 끝난다.

맑은 물 속에 잠긴 두 발과 물결 무늬가 남은 모래
바닥이 그대로 보였다

바닥이 그대로 보였다. 물결이 지나간 자리마다 모래에 무늬가 남아 있고, 그 위로 발이 잠긴다.

*발등에서 끝나는 파도*

물이 들어오는 자리를 따라 걷는 사람
물가를 따라 한참 걸었다

물가를 따라 한참 걸었다.

이렇게 넓고 맑은데 사람이 왜 없나 싶었는데, 답은 단순했다.

이 나라 사람이 적고 해변이 넓다.

그리고 이 날씨가 오래 가지 않는다.

마르자 할머니 말로는 겨울이면 이 물이 얼어서 그 위에서 스키를 탄다고 하셨다.

지금 발목을 잠기게 하는 바닷물 위를 스키로 지나간다는 게 그날은 잘 상상되지 않았다.

모래가 섬까지 얇게 이어져 있었다

얇게 이어진 모래 위를 달리는 사람, 앞쪽에 섬이 보인다
이 모래가 앞쪽 섬까지 이어져 있었다

물이 얕으니 모래가 길처럼 이어진다.

앞쪽에 보이는 섬까지 그 모래를 밟고 걸어갈 수 있었다.

바다를 걸어서 건너는 셈인데 실제로는 종아리도 안 잠긴다.

이끼 낀 자갈밭을 맨발로 딛고 선 발
자갈밭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멈췄다

자갈밭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멈췄다.

맨발로는 더 못 갔다.

여기서 왼쪽으로 더 가면 옷을 벗고 다니는 구간이 나온다고 했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자제를 권했다.

그런데 핀란드 사람들은 내가 벗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더라.

해수욕을 마치고 커피와 도넛

파란 줄무늬 천막이 달린 동네 가게, SIWA 간판과 우체통이 보인다
간판에 "매일 영업"이라고 적혀 있다. 이 체인은 지금 없다

해변에서 나와 동네 가게에 들렀다.

간판에 시와(SIWA)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 "매일 영업"(Auki joka päivä)이 붙어 있다.

문 옆에는 우체통이 서 있었다.

이 체인은 나중에 다른 회사에 넘어가면서 사라졌으니, 지금 같은 자리를 찾아가도 이 간판은 없다.

손에 든 오렌지색 야파 음료 페트병
야파를 하나 집었다

야파를 하나 집었다. 핀란드에서 오렌지 음료라고 하면 대체로 이걸 말한다.

마트든 편의점이든 이 오렌지색 병이 한 줄을 차지하고 있다.

붉은 줄무늬 잔에 담긴 블랙커피와 접시에 놓인 도넛
커피와 도넛이 나왔다

커피와 도넛이 나왔다.

핀란드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로 꼽히는데, 그 커피는 대체로 이렇게 아무 장식 없는 블랙이다.

짠 바닷물에 몇 시간 들어가 있다가 마시는 뜨거운 커피가 유독 맛있었다.

위테리 실전 정보

포리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20분이면 닿는다.

시내버스도 다니지만 배차가 촘촘하지 않으니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나서는 게 맞다.

주차는 해변 입구 쪽에 있다.

거기서 모래언덕을 하나 지나면 바다가 나온다.

물이 워낙 얕아서 아이를 데려오기 좋다.

반대로 수영을 제대로 하려면 한참 걸어 들어간다. 그늘은 거의 없다.

여름 한낮에 갈 거면 모자와 물을 들고 간다.

해변이 6킬로미터라 사람이 몰려도 한적한 구간이 남는다.

물이 가장 덜 찬 시기는 7월에서 8월 중순이다.

걸어 들어가도 무릎이 안 잠기는 바다

세계일주 90일 동안 바다를 여러 번 봤는데, 걸어서 들어가도 무릎이 안 잠기는 바다는 이 한 곳이었다.

넓어서 좋았다기보다 얕아서 오래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전날 밤 포스트잇에 적힌 첫 줄을 그대로 따라간 하루였다.

여행지를 고르는 방법 중에 그 동네 사람이 손으로 적어준 목록만 한 게 없다.

그다음은 그 포스트잇의 두 번째 줄, 어린 딸을 위해 지어진 영묘 이야기였다.

포리 · 7편 중 3편
#위테리 #위테리해변 #포리 #포리여행 #핀란드 #핀란드여행 #핀란드자유여행 #핀란드해변 #핀란드모래언덕 #핀란드바다 #핀란드여름 #발트해 #보트니아만 #핀란드홈스테이 #핀란드현지인 #야파 #핀란드음료 #핀란드편의점 #핀란드누드비치 #북유럽여행 #북유럽자유여행 #북유럽해변 #배낭여행 #유럽여행 #유럽배낭여행 #혼자여행 #세계일주 #90일세계일주 #퇴사여행 #여행기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중국 · 홍콩 3] 피크트램 줄 얼마나 길까, 한 시간 서보고 내린 결론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3]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말레이시아에서 낯선 사람 차 타고 따라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