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포리 2] 핀란드 아침상은 포리지와 납작한 호밀빵이었다
버터를 먼저 발라야 했다.
배울 게 있었다.
핀란드 가정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첫 밤을 자고 일어나니 식탁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포리지에 베리를 얹어 주셨다

아침상에 죽이 올라왔다.
포리지(puuro)라고 부르는데, 우리 쌀죽과 달리 여러 곡물을 섞어 끓인다.
처음 한 술은 밍밍했다.
그런데 딸기와 블루베리를 올려 주시니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됐다.

봉지에 머릿수건을 쓴 여성이 그려져 있다.
핀란드에서 백 년 넘게 이어진 오트밀 브랜드다.
이 나라 마트 어느 진열대에서나 이 그림을 만나게 되는데, 며칠 지나니 나도 눈에 익었다.

죽에 아마씨 간 것을 넣으셨다.
두 분이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라 아침부터 챙기는 게 눈에 보였다.
마스터스 육상 대회를 자비로 뛰러 다니는 사람의 아침상이 이렇게 생겼다.
빵이 거칠어서 버터를 먼저 발랐다

빵이 납작하고 바삭했다.
호밀을 얇게 밀어 구운 크리스프브레드(näkkileipä)인데, 물기가 거의 없어서 오래 두고 먹는다.
삶은 달걀과 같이 내주셨다.

표면이 꽤 거칠다. 그래서 먼저 버터를 바른다.
이게 맛을 내려는 것보다 다음에 올릴 것들이 붙게 만드는 작업에 가까웠다.
버터 나이프도 예뻐서 한참 봤다.

그 위에 햄을 올리고 동그란 스모키 치즈를 얹고, 오이와 토마토와 양상추까지 쌓았다.
얹을 수 있는 걸 다 얹으라는 식이었다.

결과가 이렇다. 한입에 들어가지 않는 두께가 됐다.
이걸 손으로 들고 한입씩 밀어 넣는 게 그 집 아침 방식이었다.

식탁을 그렇게 차려 놓으셨다.
재료를 통에 담아 늘어놓고 각자 자기 것을 만든다.
완성된 접시를 받아 든 게 아니라 재료 앞에 앉혀진 셈이었고, 그래서 셋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었다.
마무리는 녹차와 과자였다

아침 마무리는 녹차였다.
찻잔에 무늬가 들어가 있어서 눈이 갔다.
핀란드에 오는 관광객이 그릇을 사 가는 이유를 이 집 식탁에서 먼저 알았다.

유리 접시에 과자를 담아 주셨다. 손에 쥐면 부서질 듯 부드러운 종류였다.
설거지를 돕겠다고 나섰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도구부터 배웠다.
대부분 그릇은 식기세척기로 들어갔고, 손으로 씻어야 하는 몇 개는 손잡이가 긴 솔로 문질러 닦았다.
수세미로 비비는 게 아니라 솔로 긁어내는 방식이다.
물을 틀어 놓고 오래 비빌 필요가 없어서 손이 훨씬 덜 갔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솔부터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찬장을 열어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컵과 주전자와 접시가 층마다 종류별로 서 있었다.
물건 수가 많아서 놀란 게 아니었다.
자리마다 쓰임이 정해져 있어서 어디에 뭐가 들어가는지 한눈에 보였다.
핀란드 주방은 배울 게 있다는 말을 그때 처음 생각했다.
도구가 많은 게 아니고, 하나가 여러 일을 하게 만들어 놓았다.
밥을 먹고 뒷마당에 나갔다

뒷마당에 나가 보니 벽돌 벽 앞에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제라늄 화분이 몇 개 있고, 여름 아침 햇빛이 그 위로 바로 떨어졌다.

꽃무늬 식탁보를 덮은 테이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여기가 며칠 뒤 연어를 훈제해 저녁을 먹은 자리다.
핀란드 아침상 실전 정보
포리지는 마트에서 오트밀을 사서 물이나 우유에 끓이면 된다.
그냥 먹으면 밍밍하니 냉동 베리나 잼을 올린다.
핀란드 마트에는 베리가 냉동으로 늘 있다.
크리스프브레드는 슈퍼마켓 빵 코너에 종류별로 쌓여 있고 값이 싸다.
물기가 없어서 배낭에 넣고 다니기 좋다.
잼만 발라도 되지만 버터를 먼저 바르고 치즈나 햄을 얹는 게 이 나라 방식이다.
숙소에 주방이 있으면 아침값이 크게 줄어든다.
핀란드는 밖에서 사 먹는 밥이 비싼 대신 마트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오트밀, 크리스프브레드, 치즈, 삶은 달걀 조합이면 하루 아침값이 몇 유로 안쪽으로 끝난다.
핀란드를 제일 많이 배운 식탁
관광지를 하나도 안 간 아침이었다. 핀란드를 제일 많이 배운 시간이 이 식탁이었다.
빵이 거칠어서 버터를 먼저 바른다는 것, 죽에 베리를 올린다는 것, 솔로 그릇을 긁어 닦는다는 것.
어느 안내서에도 없고 남의 집 부엌에 앉아 있어야 알게 되는 것들이다.
그다음은 마르자 할머니 차를 타고 나간 위테리 해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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