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 에디르네 3] 터키 국경 도시에서 이순신을 아는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시체 맛 고기
알고 있었다.
사도 후회 안 사도 후회.
에디르네에서 하루를 더 묵었다.
모스크를 다 본 뒤라 할 일이 없었는데, 그날 겪은 일이 이 도시의 장면이 됐다.
로마토탈워와 이순신을 아는 친구

호스텔에서 저녁에 일하는 분에게 친구가 하나 찾아왔다.
이 친구가 대박이었다. 미드와 한드는 물론이고 영화와 만화까지 꿰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한국 콘텐츠를 아는 외국인은 그 전에도 만났다.
그런데 그가 로마토탈워 이야기를 꺼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나도 한참 붙잡고 했던 것이라 반가워서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 그가 이순신을 언급했다.
거의 기절할 뻔했다.
터키의 국경 도시에서, 호스텔 직원의 친구가, 이순신을 알고 있었다.
그때 기록에 느낌표를 두 개 찍어놨다. 외국인이 이순신을 알다니.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이름만 적어뒀다.
기념품은 결혼과 같다
호스텔 바로 앞이 시장이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라 자꾸 눈이 갔다.

값이 정말 쌌다. 매대 하나가 통째로 1리라 균일가였다.
그때 계산으로 1리라가 사백 원쯤이었다. 그러니 뭘 집어도 사백 원이다.
문제는 고르질 못했다. 결국 이것저것 쓸어 담았다.
그때 기록에 이렇게 적어놨다.
파란 눈이 made in china였다

터키 기념품 가게에는 파란 눈이 널려 있다.
나자르 본주다. 접시에도 붙이고 팔찌로도 만들고 벽걸이로도 건다. 손재주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뒤집어 보니 made in china가 많았다.
중국에 가면 전 세계 기념품을 다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그럼 집에서 만들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날 이후로 기념품 가게에서 뒷면을 먼저 본다.
낮인데도 플스방에 사람이 있었다
시내를 걷다가 게임기 앞에 사람이 모여 있는 걸 봤다.
터키에도 플스방이 있었다. 낮인데 자리가 찼다.
더워서 그런 것 같았다. 밖은 걷기 힘든 온도였고 안은 시원했다.

조금 떨어진 쇼핑몰에도 갔는데 거기엔 동전 넣는 기계가 있었다.
제일 비싼 메뉴를 시켜봤다

몰 안 패스트푸드에서 메뉴판 제일 비싼 걸 시켰다.
리라가 워낙 싸서 그게 가능했다. 한국에서 빅맥 세트 값으로 여기서는 스페셜을 먹는 격이었다.
여행 중에 이런 계산이 자꾸 는다. 값이 싼 나라에서는 평소에 안 시키던 걸 시켜본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날 기록을 다시 읽으니 아이스크림이 세 번 나온다. 들어갈 때 하나, 나올 때 하나, 밤에 하나.
하필 그날이 승전기념일이었다
저녁에 나오니 거리가 평소와 달랐다.

무대가 세워져 있고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사람이 계속 모였다.
그날이 승전기념일(Zafer Bayramı)이었다. 8월 30일, 터키의 국경일이다.
우리로 치면 광복절 격이다. 관공서와 은행이 쉬고 도시마다 기념 행사를 연다.

광장 동상 아래에 화환이 놓여 있었다. 낮에 헌화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옆 모스크에도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첨탑 위로 달이 떠 있었다.
*거리 한복판 분수에 붉은 조명이 들어온다*
여행 중에 그 나라 국경일에 걸리는 건 운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마차 옆에 고양이와 개가 줄을 섰다

산책하다 거리음식 파는 마차를 만났다.
나무 바퀴가 달린 흰 수레인데 위에서 고기를 굽는다. 냄새가 골목을 채웠다.

마차 옆에 고양이와 개가 줄을 서 있었다. 아무도 쫓지 않았다.
*수레 바퀴 옆에 고양이가 자리를 잡았다*

나도 하나 시켰다. 굽는 아저씨와 옆 손님과 셋이 사진도 찍었다.
시체 먹는 기분이었다

받아 들고 한 입 먹었는데 생각보다 무서운 고기였다.
소의 온갖 부위를 다 쓴다. 거기에 향신료를 넣었는데 그게 비린내를 못 덮었다.
오히려 비린내가 두 배가 됐다.
꾸역꾸역 먹었다. 비둘기 고기가 이런 맛이 아닐까 싶었다.
그때 기록에 시체 먹는 기분이라고 적어놨다.
에디르네는 소 내장 요리로 이름난 도시다.
시로덴(şirden)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고 코코레치(kokoreç)도 흔하다.
이걸 알고 갔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나는 그냥 고기인 줄 알았다.
그래서 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날 세 번째였다.
터키 기념품 고르기
뒷면을 먼저 본다. 나자르 본주 공예품은 현지 제작과 수입이 섞여 있다. 라벨이나 바닥을 뒤집어 원산지를 확인하면 갈린다.
국경 도시나 소도시가 싸다.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보다 에디르네 같은 지방 도시가 값이 낮다. 균일가 매대에서 실용품을 사면 부담이 없다.
고를 시간을 정해두고 들어간다. 나는 정하지 않고 들어갔다가 이것저것 쓸어 담았다. 마지막 도시에서 몰아 사면 대체로 후회한다.
에디르네에서 먹은 것
시로덴과 코코레치. 에디르네는 내장 요리로 알려진 도시다. 시로덴은 소 위에 밥과 향신료를 채워 굽고, 코코레치는 양 내장을 말아 굽는다. 향신료가 강해도 특유의 냄새는 남는다. 나는 하나를 통째로 시켰다가 다 못 먹었다.
거리 마차가 저녁에 나온다. 낮에는 안 보이다가 해가 지면 골목에 선다. 그 앞에 동물이 모여 있으면 그 집이 맞다.
아이스크림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 에디르네는 낮에 걷기 힘들다. 나는 하루에 세 번 먹었다.
기억에 남은 건 모스크가 아니었다
모스크를 보러 온 도시였는데 기억에 남은 건 다른 것들이다.
이순신을 아는 친구, 뒤집어 보니 중국산이던 파란 눈, 비린내가 두 배였던 고기.
셋 다 계획에 없었다.
여행에서 계획한 것과 남는 것이 다른 게 이제는 놀랍지 않다.
그리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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