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 아테네 3] 다음 날 갈 섬을 숙소 주인이 정해줬다, 아테네 호스텔 Athens Quinta

아테네 여행기 · 3편
다음 날 갈 섬을
내가 정하지 않았다.
주인이 정해 줬고,
갔는지 사진으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야간열차에서 내려 아침에 도착한 숙소가 Athens Quinta였다. 아테네에서 사흘을 여기서 잤다.

앤틱 의자와 액자로 채워진 호스텔 응접실
호스텔이라기보다 남의 집 거실에 앉은 기분이었다
Athens Quinta
Athens Quinta (호스텔)
같은 이름의 숙소가 지금도 검색되나 동일한 곳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영업
상시
가격
도미토리 기준 (당시) 10유로대
주소
Athina, Greece — 오모니아·빅토리아 일대
오래된 살림집을 그대로 쓰는 호스텔이다. 공용 응접실에 앤틱 가구와 액자가 가득하고 식탁에 쿠키와 빵이 상시 놓여 있다. 저녁에 주인이 그릭샐러드를 차리면 투숙객과 주인 친구들이 모여 앉는다. 여행 정보가 여기서 오간다. 집에 사는 개가 식탁마다 따라온다

아침 아홉 시에 문을 열어 줬다

체크인 시각은 보통 오후다. 밤기차에서 내린 사람에게 그 몇 시간이 꽤 길다.

여기는 아침 아홉 시에 그냥 들여보내 줬다. 배낭을 내려놓고 나니 그제야 열네 시간이 끝난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호스텔이라기보다 오래된 살림집이었다.

등받이가 높은 의자, 액자가 빽빽한 벽, 레이스를 깐 탁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용 식탁에는 쿠키와 빵, 잼이 늘 나와 있었다. 언제 들어와도 뭘 좀 집어 먹을 수 있었다.

쿠키와 빵, 잼과 주전자가 놓인 공용 식탁
이 접시들은 하루 종일 그대로 나와 있었다

침실은 평범한 이층침대였다. 아래층에 누우면 위층이 뒤척일 때마다 같이 흔들려서 잠이 얕았다.

나무 사다리가 걸린 도미토리 이층침대
아래층은 위층이 뒤척일 때마다 같이 흔들린다

밥 먹을 때마다 와서 쳐다보는 개

현관문을 열면 하얗고 복슬복슬한 개가 먼저 나왔다.

이 집에 사는 개였고, 사람이 식탁에 앉으면 어김없이 옆에 와서 앉았다. 짖지도 않고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안락의자에 웅크려 늘어지게 쉬고 있는 하얀 개
짖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낮에는 안락의자를 통째로 차지하고 늘어져 있었다. 며칠 지나니 이 개를 보러 숙소에 들어오는 기분이 됐다.

무화과 한 알로 시작한 저녁

저녁에 돌아오니 주인이 무화과를 하나 손에 쥐여 줬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무화과 한 알
초점이 나갔는데도 제일 자주 다시 보는 사진

사진이 초점도 안 맞았는데 그날 찍은 것 중 제일 자주 다시 본다.

조금 뒤에 상이 차려졌다.

토마토와 아보카도를 큼직하게 썰어 담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듬뿍 뿌린 그릭샐러드였다.

토마토와 아보카도를 큼직하게 썰어 담은 그릭샐러드 접시
상추를 깔지 않는 게 이쪽 방식이다

빵을 찢어 소스에 찍어 먹었다. 입안에서 그리스가 느껴진다는 표현밖에 안 떠올랐다.

올리브유와 발사믹을 듬뿍 뿌린 그릭샐러드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
접시 바닥에 남은 기름에 빵을 적셔 먹는다

식탁에 놓인 바다소금을 밥 먹을 때마다 집어 먹었다. 한국에 돌아올 때 세 통을 사 왔다.

손에 든 KALAS 바다소금 통
결국 이 소금을 세 통 사서 돌아왔다

다음 날 갈 섬을 주인이 정해줬다

주인은 그리스식으로 느릿하게 말했다. 그 말투가 듣기 좋아서 옆에 계속 앉아 있었다.

이야기 끝에 주인이 그리스 여행은 결국 섬이라고 했다.

아테네 시내를 아무리 봐도 그건 그리스의 절반이라는 뜻이었다.

산토리니를 가고 싶었지만 남은 일정으로는 무리였다. 광고에서 보던 그 파란 지붕은 결국 못 봤다.

그러자 주인이 이드라를 대신 골라 줬다.

내일 아침에 피레우스 항구로 가서 E8 게이트에서 배를 타면 된다고 했다.

벽에 붙은 항구 안내도를 짚어 가며 설명해 줬다.

벽에 붙은 피레우스 항구 안내도, 게이트 번호가 표시돼 있다
주인이 짚어 준 게 이 안내도의 E8이었다

여기까지는 친절한 숙소 주인이다. 그다음이 이 집의 성격이었다.

가서 찍은 사진으로 정말 갔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농담인데 농담만은 아닌 얼굴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나는 이드라에 갔다. 여행 중 다음 행선지를 남이 정해 준 건 그날이 유일했다.

저녁 자리에 사람이 계속 늘었다

저녁상은 주인 혼자 차리는 게 아니었다. 묵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접시를 들고 나와 앉았다.

접시를 들고 둘러앉은 숙소 사람들
하나둘 접시를 들고 나와 앉았다

주인의 친구들도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중 한 분은 주인만큼 엉뚱해서 이야기가 계속 옆길로 샜다.

밤늦게 같은 방 사람과도 말을 텄다.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벌써 1년째 여행 중이라고 했다.

가방에서 그리스 간식을 꺼내 하나 건네줬다. 달아서 한 입에 다 먹었다.

여행 정보가 오간 것도 그 자리였다. 어디는 갔다 왔고 어디는 별로였다는 말이 접시 사이로 계속 건너다녔다.

주인은 친구와 문 앞에서 삼십 분 넘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손님을 세워 두고 그러는데도 이상하게 기다릴 만했다.

떠나는 날에도 그냥 안 보내 줬다.

집에 간다니까 어딜 가냐면서 한참 붙잡고 안아 주고 나서야 문밖까지 따라 나왔다.

아테네 숙소 고르기

아크로폴리스에서 걸어 닿는 자리를 우선한다. 플라카와 모나스티라키 일대가 그렇다.

아침 일찍 유적지를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 쉬는 동선이 가능해진다.

오모니아 주변은 값이 내려간다. 대신 밤늦은 시간 분위기가 구역마다 갈리니 도착 시각이 늦다면 위치를 한 번 더 본다.

공항과 항구 접근을 같이 본다. 지하철 M1 종점이 피레우스 항구이고 M3가 공항으로 간다.

섬을 하루 다녀올 계획이면 M1 접근이 편한 자리가 유리하다.

저녁에 뭘 하는 숙소인지 본다. 그리스 숙소는 주인이 저녁을 차리거나 사람을 모으는 곳이 꽤 있다.

혼자 다니는 일정이라면 이 차이가 하루의 밀도를 바꾼다.

네 조건을 한 번에 걸러 보려면 지도 기반으로 놓고 값을 비교하는 쪽이 빠르다.

그릭샐러드가 뭔가

호리아티키(χωριάτικη)가 정식 이름이다. 시골식 샐러드라는 뜻이고, 토마토와 오이, 양파, 올리브에 페타 치즈를 얹은 뒤 올리브유와 오레가노를 뿌린다.

상추가 안 들어간다. 잎채소를 깔지 않는 게 원형이라 한국에서 떠올리는 샐러드와 모양이 다르다.

페타는 부수지 않고 덩어리째 얹어 나오는 집이 많다.

빵을 찍어 먹는 게 절반이다. 접시 바닥에 남은 올리브유와 토마토즙에 빵을 적셔 먹는다.

이걸 안 하면 한 그릇을 절반만 먹은 셈이 된다.

식당에서는 5~9유로 선이다. 관광지 한복판이면 더 붙는다.

숙소에서 만들어 주는 경우가 대체로 제일 낫다.

숙소를 잘 만나면 도시가 바뀐다

숙소를 잘 만나면 도시가 바뀐다는 말을 여기서 실감했다.

그런데 정작 이 집에서 얻은 제일 큰 건 잠자리도 저녁상도 아니었다. 다음 날 갈 곳이었다.

혼자 다니면 일정을 전부 내가 정한다.

그게 자유이기도 하고, 정보가 없으면 그냥 유명한 데만 도는 일이기도 하다.

주인이 짚어 준 게이트 번호 하나 덕분에 나는 그리스에서 제일 맑은 바다를 봤다.

사진으로 확인하겠다는 으름장까지 얹어서.

지하철 빅토리아역에서 걸어서 몇 분. 고고학박물관 쪽이다.

다음 날 아침 그 이드라섬으로 갔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다니지 않고 당나귀가 짐을 나르는 섬이었다.

아테네 · 4편 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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