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서울 2] 세계여행 떠나기 전 사막여우를 보러 간 서울대공원

한국 여행기 · 2편
떠나기 전에
사막여우를 보러 갔다.
사막에 가기 전에
사막에 사는 것부터 봤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나들이로 서울대공원에 갔다. 그날 제일 오래 서 있었던 데가 사막여우 우리였다.

사막여우 앞에서 제일 오래 있었다

통나무 위에 앉아 있는 사막여우 두 마리
귀가 얼굴만 하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Seoul Grand Park Zoo
운영 중
주소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102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도보로 이어진다. 정문에서 동물원 입구까지 거리가 있어 코끼리열차나 리프트를 타는 사람이 많다. 곤충관·야행관 같은 실내 전시가 따로 있어서 한 바퀴 도는 데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통나무 위에 두 마리가 올라가 있는데 귀가 얼굴만 했다.

한 마리가 몸을 틀 때마다 귀가 따라 움직이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봤다.

이날 사진만 찍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영상까지 찍었다. 그날 영상을 남긴 건 여기 하나뿐이다.

*귀가 얼굴만 한 사막여우 서울대공원 동물원*

몸을 틀 때마다 귀가 따라 움직인다

십이 초짜리다. 그때 쓰던 카메라로 찍은 거라 화질이 곱지는 않은데, 귀가 움직이는 건 그대로 보인다.

귀가 왜 얼굴만 한가

보고 나서 더 알고 싶어져 찾아봤다.

사막여우는 펜넥여우라고도 부르는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여우다. 다 자라도 몸무게가 1kg 남짓이라 집고양이보다 작다. 그 몸에 귀만 15cm 가까이 된다. 몸 대비 귀 크기가 육식동물 중에서 제일 크다.

귀가 그렇게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열이다. 귀에 혈관이 촘촘히 지나가서 몸의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방열판 역할을 한다. 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사하라에서 땀 대신 귀로 식히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소리다. 야행성이라 밤에 사냥을 하는데, 모래 밑에서 움직이는 벌레 소리를 그 귀로 듣고 파낸다.

발바닥도 털로 덮여 있다. 낮에 달궈진 모래에 데지 않고 걷기 위해서고, 모래를 파헤칠 때도 유리하다. 물은 거의 마시지 않고 먹이에 든 수분으로 버틴다.

가족 단위로 모여 사는 종이라, 통나무 위에 둘이 붙어 있던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정작 이 여우가 사는 사하라 쪽에는 나도 이 여행에서 가지 못했다. 사막은 두바이에서 봤다.

사람이 없어서 갔다

그해 초여름 한국은 메르스로 조용했다. 사람 많은 데를 다들 피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내가 떠올린 건 딱 하나였다. 그러면 동물원은 한산하겠네.

가는 지하철부터 헐렁했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사람이 없었다. 주말인데 우리 앞에 서 있는 게 나 혼자인 칸이 여러 개였다.

낙타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

햇빛 아래 울타리 안에 서 있는 단봉낙타
울타리 밖에서 본 낙타

낙타 우리 앞에서 좀 웃었다. 몇 주 뒤에 진짜 중동으로 날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표까지 이미 끊어둔 상태였다.

이때는 울타리 밖에서 봤다. 두바이 사막에서는 이 동물 등에 올라타게 된다. 그건 두바이 사막 사파리 편에 있다.

낙타는 그늘도 아닌 데 서서 나를 쳐다봤다. 별생각 없어 보였다.

물범과 라마

청록색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범
물이 이런 색일 줄은 몰랐다

물범 수조 앞은 아예 나 혼자였다.

유리 앞에 붙어서 한참 봤는데 계속 같은 코스로 돌았다. 물색이 청록색이라 사진이 잘 나왔다.

원래 이런 데는 애들 소리에 밀려서 뒤에서 까치발 들고 보는 곳이다. 그날은 유리에 이마를 대고 봤다.

나무 그늘 아래 서 있는 라마 세 마리
가운데 애가 제일 잘생겼다

라마는 지붕 아래 모여 있었다. 더워서 그런 것 같았다.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이쪽을 봤는데 표정이 묘했다.

나무늘보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철망에 거꾸로 매달린 나무늘보의 얼굴 클로즈업
발톱이 고리처럼 걸려 있다

이날 제일 오래 본 게 나무늘보였다.

천장 철망에 거꾸로 매달려서 얼굴만 이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발톱이 고리처럼 생겨서 힘을 안 줘도 걸리는 구조였다. 저러고 자도 안 떨어지겠구나 싶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생각보다 순하게 생겼다. 웃는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십 분쯤 봤는데 그동안 팔 하나 움직였다.

실내관에는 사람이 더 없었다

유리 너머 모래 위에 앉아 있는 타란튤라
동물원인데 곤충관도 있다

동물원에 곤충관이 있는 줄 몰랐다.

들어가니 유리 상자마다 뭔가 들어 있는데 대부분 안 움직였다.

타란튤라는 모래 위에 그냥 앉아 있었다. 털이 생각보다 촘촘했다.

흙바닥을 걸어가는 개미핥기
몸에 비해 얼굴이 작다

개미핥기는 계속 걸어 다녔다.

몸통이랑 꼬리는 큰데 얼굴만 유난히 작고 뾰족했다. 비율이 이상해서 계속 쳐다보게 됐다.

어두운 방들

동굴 형태의 어두운 전시실 천장에 매달린 박쥐들
눈으로는 거의 안 보였다

박쥐관은 거의 깜깜했다.

눈으로는 형체만 겨우 보이는데 카메라를 대니 밝게 나왔다.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어두운 전시실에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올빼미
게임 속에서 퀘스트 줄 것 같은 표정

올빼미는 나뭇가지 하나에 앉아서 이쪽을 정면으로 봤다.

눈을 안 깜빡이니까 좀 무서웠다. 게임에서 말 걸면 퀘스트 하나 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다녀와서

떠나기 전에 뭔가 특별한 걸 하고 갈 생각은 없었다.

사람이 없다는 말 한마디에 지하철을 탔고, 사막여우 앞에서 제일 오래 서 있다가 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낭을 메고 인천공항에 있었다.

몇 주 뒤에는 진짜 사막 한복판에서 낙타를 다시 만난다. 그때는 울타리 없이, 등에 올라타서 봤다(두바이 사막 사파리 편).

지금 돌아보면 이 하루가 이상하게 선명하다. 다들 집에 있던 계절에 나 혼자 동물원을 걸었고, 그게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하루였다.

여기서 반나절을 혼자 걸었다

다음 편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집 앞에서 12,000원짜리 공항버스를 타는 것으로.

서울 · 2편 중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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